오래전 옛 정치사를 이야기 하는 모 라디오프로에서 김지하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막연하게 멋진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그의 참 모습을 보곤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글에서 필자는 김지하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그의 주장에 대해 반박해 보려 한다.

김지하 > 제가 한때 가톨릭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근본적으로 우리 집안은 동학이에요. 제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 평생 주장한 것이 아이들하고 여성들을 절대로 치지말라가 아니에요? 그러면 새 시대에 그들이 주역이 된다. 이 말인데.

그럼 그 새 시대가 언제냐 이 말이죠. 지금이에요, 지금. 지금 세상 변동하는 거 보세요. 우주변화, 그리고 자본주의도 큰 위기에 부딪혔고 공산주의 가지고 안 돼요, 이제. 그러면 어떤 새로운 걸 찾아야죠. 누굴 찾을까요? 여성하고 애들하고 노인들하고 그리고 젊은 애들이 붙어야 돼요.

시대가 달라졌는데 아직도 왕왕대고... 문재인, 내놓는 공약들이나 말하는 것 좀 보시오. 그 안에 뭐가 있어요? 김대중, 노무현뿐이야. 김대중 씨는 내가 끌고 나오다시피 한 사람이오. 그런데 아니, 북한에다가 돈 갖다 바쳐서 그 돈이 뭐가 돼서 돌아와요? 폭탄이 돼서 돌아오잖소. 그대로 꽁무니 따라서 쫓아간 게 노무현 (전 대통령) 아니요?

낡은 세대라는 표현은 나이들어서가 아니라 과거의 사고에 얽매여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김지하는 아직도 공산주의가지고는 안된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시대의 40대 이하 젊은 사람들에게 공산주의란 깃털만큼의 가치도 가지고 있지 않은지 이미 오래 되었는데 아직도 공산주의를 말한다. 그가 얼마나 낡은생각에 머물러 있는지를 반증해 부고 있는 부분이다. (차라리 그가 이념을 내세워 이득을 얻는 부류라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문재인의 공약을 공격하는 부분 역시 가관이다. 박근혜와 문재인의 공약은 큰 틀에서 큰 차이가 없다. 서구에서의 경험에서 그렇듯이 진보와 보수의 가치는 복합화 되어 가고 있고 서로의 장점을 취해가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방법론에서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지향점은 상당히 흡사하며,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다른 한 축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그런데도 문재인의 공약에 내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틀 안에서 사고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사람의 인생 전반에 있어서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는 방식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쉬운 예를 들어 A씨는 B라는 업체와 거래를 틀 때 남모르게 이것저것 꼼꼼히 조사를 해보고 거래 하는 동안 두루 살펴보니 정직하고 좋은 업체라는 평을 내리고, 이후 거래에선 다른 업체를 물색할 것 없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그 업체를 계속 이용하게 된다. 또한 소비의 경험도 마찬가지로, 어느 특정 브랜드의 상품에서 만족감을 느꼈다면 구매력의 변화가 있지 않는 한 해당 브랜드의 상품을 계속 구매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 해결의 과정을 한번 거치고 나면 사람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보다 빠른 해결 능력을 보이게 되는데, 이를 경험이 가져다 주는 효율의 극대화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기준을 만들어 나가면서 선택의 연속인 삶을 조금 더 간편화해 가며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그 정도가 심하게 되면 지나치게 자신의 생각에 갇혀 남의 말을 듣지 않게 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기도 하는데, 결국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대선 공약에 대해서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자세를 갖추고 보다 면밀리 살펴보려 했을 것인데, 그렇지 않았으니 두 후보의 엇비슷한 공약을 두고도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내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참 기가 찰 일이 아닐 수 없다.

◇ 김현정 > 아니, 그렇게 지원을 했기 때문에 점점 더 통일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는 분들도 있어서요.

◆ 김지하 > 어디가 가까워져요? 이 방송 빨갱이 방송이요?

북한에 돈 갖다 바쳤다는 인식도 마찬가지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에 통일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막연히 통일을 해야 한다는 비중은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내용적으로도 당시에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과정을 원하는 이들의 비중이 높았다. 즉, 당시 기준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건 아니었으나 반대보다는 찬성하는 국민이 많은 그런 정책이었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근래 나오는 통일 여론조사를 보면 통일을 한다 하더라도 원하는 수준이 대폭 낮아지고 관련한 비용에 단돈 얼마라도 감당하기 싫어 하는 분위기가 매우 짙어졌다. 이런 시기라면 당연히 과거와는 다른 대북 정책으로의 전환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김지하는 과거의 일을 지금의 주장에 껴맞추기 하는 괴상한 방식을 쓰는 사람 중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햍볕정책 및 여러 개혁조치로 실제 나라 사람은 좋아지고 IMF사태를 완벽하게 극복해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과정에 남북관계의 안정화는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얻은 것은 애써 무시하고 들인 비용만을 부각시켜 비판하는 것은 그리 옳은 생각은 아니라는게 필자의 판단이다.

◆ 김지하 > 내가 보기엔 잘하고 있는 거예요. 그전에 우선 윤창중이라는 사람을 그 시끄러운 대변인으로 앉힌 게 한 게 잘한 거예요.

◇ 김현정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그 인사가 제일 문제다, 이런 얘기 나오는데.

◆ 김지하 > (웃음) 그건 야당 얘기고.

◇ 김현정 > 그런데 그 수준이 좀 막말 수준이어서요.

◆ 김지하 > 막말 수준이 나와야지 박근혜(당선인)가 막말하겠소?

◇ 김현정 > 아니, 그런데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국민이 48%인데, 그쪽을 향해서 모두 다 막말을 한다면 그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텐데요.

◆ 김지하 > 국민이 용납하는 게 아니죠. 국민 48%가 정치인이 아니잖소. 정치인을 욕하는 게 뭐 잘못이야?

◇ 김현정 > 아니, 그런데 윤창중 대변인은 정치인만 욕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지지하는 48%는 국가전복세력이다, 공산화시키려는 세력이다. 이런 말까지 해서 말입니다.

◆ 김지하 > 공산화 세력을 좇아가니까 공산화 세력이 된 거지. 아니요?

김지하의 발언은 가장 현실주의적인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까 전략적으로 말좀 거칠게 하는 사람을 내세우고 박근혜 당선인의 입에선 그런말이 나오지 않는게 좋다는 뜻이다. 국민통합을 입으로는 말하면서 윤창중의 막말을 옹호 하고 과거의 틀인 이념문제를 수시로 들춰내는...그러니까 그런 틀의 사고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 내고 있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새술은 새푸대에 담아야한다.

마지막의 필자의 개인주장을 정하면서 글 마치겠다. 새시대는 새사람이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는 세대갈등을 부추키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과거 갈등의 당사자들이 해소하였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해서 과거에 계속 갇혀 있어서는 안되며, 다음 세대에게 공을 넘겨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지하가 그토록 폄하하고 있는 안철수는 그런 새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과거의 갈등과는 단절된 사람이 필요한 시대로 이제 접어들고 있는데, 다시 과거의 갈등을 상징하는 인물이 당선인이 된 것은 앞으로 한동안 다시 박정희로 비롯된 지역갈등과 세대갈등의 반복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60대 이상이 박정희를 먹고살게는 해준 대통령으로 기억한다면 보다 정확한 진실을 알고 있는 젊은 세대는 박근혜가 집권하는 동안에도 그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갈등은 반복되고 서로의 생각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은 이어질 것이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 이상 갈등은 연장되게 될 수 밖에 없다.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지 않고 어떤 새로운 사람이 지도자가 되고 다시 그 뒤도 그런 사람이 잇다 보면 과거의 해결되지 못한 갈등은 서서히 잠잠해져갈 것인데, 그런 기대가 이번에도 무산되고 말았다. 김지하 본인도 그런 해결되지 못한 과거의 갈등이 이어지게 만드는데 일조 했다는 것을 알런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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