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엄마가 뭐길래> 폐지하는 MBC, 추락의 끝은?

MBC 시트콤의 역사는 꽤나 오래 되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지붕뚫고 하이킥','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의 최근 3연작 외에도 '남자셋 여자셋', '논스톱' 등 소위 대박을 친 시트콤들이 일일이 열거하려면 입이 아플 정도로 다수 존재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 얼마만큼 센세이션을 일으켰는가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바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내가 보는 드라마나 시트콤의 불과 하루이틀전 방영분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에 대해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꺼내 보면 '그게 뭔데'라는 식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논스톱 시리즈나 하이킥 시리즈에 대해 말을 꺼내보면 누가 더 세세히 기억하는지 경쟁할 정도로 폭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종편의 출현은 사실 케이블의 약진과 맞물리고 있는데, 오래 쌓아온 역량이 임계치를 넘어 시청률의 한계라 불리우던 마의 1%대를 수시로 넘어서는 프로그램이 자주 출현하게 되었고, 그렇게 다시 수년이 흐른 시점에 종편이 출현하면서 종편은 시청률 굴욕을 겪는데 반해 준비되어 있던 케이블 채널들은 대거 약진을 시작하였다. 결정적인 계기이자 대표적인게 바로 슈퍼스타K이고 올해는 '응답하라1997'과 '인현왕후의 남자' 정도를 꼽아 볼 수 있다. 응칠의 경우 최종9%대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달성하며 저조한 성적의 지상파 드라마를 넘어서는 엄청난 열풍을 수치로도 보여주었다.

또한 경기침체의 연속으로 드라마 시청자 층 자체가 엷어 졌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사람들은 살기가 팍팍하니 일을 좀더 하드하게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스트레스 해소한다며 회식자리를 찾거나 건전하게는 운동을 하며 삶의 질을 높이려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황금시간대의 주요시청자층이 상당히 얇아지고 있는데 케이블채널에도 볼거리가 많다보니 지상파 3사의 시청률 전체 합이 40%에도 못미치게 되었다. 과거에 어떤 한 작품이 중박을 치고 다른 두 방송사가 질 낮은 편성으로 굴욕을 당하게 될 때나 있던 상황이 근래는 당연시 될 정도로 시장은 침체되었다.

올 상반기 추적자와 같은 명작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국드라마는 재벌과 출생의 비밀로 대변되는 막장코드가 여전하며 그로 인한 흥행은 커녕 시청율 굴욕을 매번 당하고 있는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방영초기 나름 호평받던 '메이퀸'조차도 출생의 비밀이 있고, 최근 기준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해를품은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최고의사랑'이나 '시크릿가든'같이 막장 코드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런 폭발적인 인기로도 전체 흐름을 바꾸기 힘들 정도로 한국드라마 시장은 상당히 보수화되고 안주하는 성향이 굳어져 버린 상황이다.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선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가들 및 프로그램 제작 관행 개선은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스타모시기에만 열중하니 당연히 질적 개선은 이루기 어렵다. 그 한계가 이제 점점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MBC의 시철율 효자였던 시트콤이 부진한 것은 위에서 열거한 여러 사항들의 영향을 받은 바도 크지만 실은 그보다 컨텐츠 제작능력이 시청자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데서 출발한다. 과거 사전제작 드라마가 좋지 못한 결과를 내었던 것은 사전제작을 했음에도 퀄리티기 받져추지 못했고 트랜드를 읽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그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럴 것 같은 미드의 시즌제나 사전제작은 고리타분한 구식 방식이라는 말인데, 그럴리는 없잖은가. 드라마 '신의'는 방영하기 한참 전부터 그럴듯한 CG효과가 들어간 파일럿 영상을 통해 기대감을 주었지반 실제 방송되고 보니 드러난 특수효과들은 너무나 실망스러웠고, 마찬가지로 근래 방영중인 '전우치전'은 실망을 넘어 시대를 역행하는 CG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희소성의 가치가 무너진 시트콤

시트콤은 스타양성소였다. 필자의 뇌리에 각인된 시트콤 출신 스타 중 첫손을 꼽는 건 바로 조인성이다. 박경림의 상대역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자 신인임에도 점점 비중은 늘려 갈 수 있었다. 시트콤이 끝난 이후에도 그는 일취월장하여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조인성이나 장나라외에 수많은 스타들이 시트콤을 거치며 대박이 났는데 그 이유의 핵심은 남발되지 않는 기회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도 여럿 신인상도 여러개 주면 당장은 배우와 소속사에 체면을 체려줄지는 몰라도 상의 권위는 한없이 추락하는 것과 비슷하다. 시트콤이 많아지고 스타성 있는 아이돌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채널 선택권은 넓어지다 보니 시청자들은 굳이 시트콤에 대표채널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할 필요가 없고, 쉽게 망각하고 잊어 버리고 만다.

또한 무너진 MBC브랜드의 영향도 매우 크다. 사람들은 한두번의 실망은 그냥 넘어가 주지만 반복되다 보면 아예 등을 돌려 버리게 되는데 MBC는 현재 그정도 상황까지 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인기 프로그램 A를 보다가 MBC에 호감이 있으면 광고가 나온다 해도 다음 아무 생각 없이 기다리다 다음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게 KBS 뉴스9) 현재 MBC는 특정 프로그램 할 때 볼것만 보고 채널을 돌려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라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광고 실적과 연계 되니 관련 자료를 찾아 보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외부에 공개된 종목이 아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혹시나 모를 MBC자체 실적을 확인할 길은 필자의 능력 부족인지 찾지 못했다. 대신 iMBC의 실적을 찾아 보니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 3분기 실적은 상당히 저조하다.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은 -86%를 기록했다.

 방통위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2012년 방송평가에서 MBC는 73.9점으로 지상파TV부문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수상실적이 반토막 나고 심의 제재 건수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컨텐츠의 부실로도 볼 수 있는 문제다.

MBC의 위기는 한두가지 개선으로는 어렵다. 프로그램간의 시너지 효과도 살아나야 하고, 컨텐츠 제작능력도 개선되어야 하며, 최종적으로 이미지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대로라면 뭘해도 안된다는 말이 나와도 이상할게 없다.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를 자주는 아니어도 종종 시청하였는데 혹평받거나 크게 저조한 성적을 낼 만큼은 아니었다. 나름 괜찮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시청율이 5%밖에 안되었다는 것은 조금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MBC의 추락이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