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가 사퇴했다.
이에 관한 본론을 이야기 하기전에 사퇴기사에 달린 댓글 하나만 먼저 소개하겠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안철수"

필자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안철수처럼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중도층의 뜻이 뭉쳐 후보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다시 그 바람이 불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까 칼을 뽑았을 때 성과를 내어야 하는 케이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처럼 정권교체의 열망이 클 때 그런 바람이 대통령이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조금만 지나면 그 바람은 잠잠해지고 다시 불기란 요원해 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안철수의 후보사퇴 발언으로 비추어 보았을 때 다시 대통령을 하려고 하진 않을 듯 싶다. 사퇴를 하고나니 다음에는 안철수라 말하지만 그 때가 되면 또다시 무소속으로는 안된다며 공격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 열린 마음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안철수를 지지하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사퇴가 안타깝지만 그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왜 그런지 말씀드려 보겠다.

 

 

단단하지 못한 중도층, 흔들리다.

중도 무당파들은 지지하는 정당은 확실하지 않지만 대개 조금은 더 진보적 성향이 많기 때문에(젊은층이 조금더 중도 성향이 많으므로) 이들이 투표를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투표율이 올라가고 자연 총선이든 대선이든 민주당이 승리하는 때가 오게 된다. 그러나 중도층이 이탈하면 민주당은 늘 패배했고 그 결과는 투표율 하락과 맞물렸다.

개인적으로 가장 바랬던 것은 안철수와 문재인이 단일화에 성공하여 어느쪽이 승리하든 중도층과 야당의 지지가 진정으로 단일화 되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민주당이 안철수가 바라는 것 이상의 개혁의지를 보여줌으로서 만일 문재인이 승리할 경우 안철수와 안철수 지지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안철수가 바라는 상식적인 개혁의지를 저버리고 겉으로는 단일화 협상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속으로는 변화의지가 부족했다. 안철수는 마지막까지 변화를 말로만 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랬으나 끝내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고 사퇴까지 하게 되었다.

깔끔하지 못한 사퇴, 민주당의 중대 위기

경쟁대상이 아닌 함께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못한 민주당 지지자들은 안철수를 포용하지 못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안철수를 존중해야 할 단일화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온갖 인신공격에 비난을 일삼았다. 한둘이 그런게 아니라 최근 안철수 관련 기사만 나오면 융단폭격을 해댔다. 그들은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다. 개혁의지를 실천하고 가능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정당당히 경쟁하여 승리한다면 중도 무당파측의 상당수는 온전히 문재인 지지층으로 옮겨갈 것이나 이렇게 대놓고 비난하고 헐뜯고 사퇴하기를 종용하다가 물러나는 상황이 되면 안철수 지지층은 온전히 흡수되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안철수의 본 뜻이 정권교체라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안 만큼 최선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차선마저 저버리면 안된다는 말이다. 당장 이 소식을 듣고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눈에 띄지만 나는 차마 지금 당장은 투표하라고 말할 수 없었다. (물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설득할 것이다)

"더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 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느껴지는게 있다면 안철수가 바라는 새정치를 자신이 주체가 되어 행할 기회의 소중함 보다는 정권교체가 더 큰 대의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사퇴의 배경 두가지

첫째, 약속을 지킬수 없어 사퇴한다.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는데, 이 말의 뜻은 가볍지 않다. 풀어서 말하자면 안철수가 하고자한 정치개혁의 방향을 국민들에게 말씀드려 왔는데 단일화 과정에서 받아 들여지지 않으므로 약속을 지키지 못할 바엔 사퇴하겠다라고 말한 것이다.

둘째, 대의에 따른다.

무소속 대통령이 야당과 단일화에 승리하여 연대하고 무소속 대통령이 되어 국정을 운영하려면 그 지지가 확고해야 한다. 다시 말해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민주당이 안철수와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단일화 과정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경쟁상대를 헐뜯고 무너뜨리려 하지 말고 누가 후보가 되든 받아들일 포용력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 결과 딘알화 후보가 탄생하게 되었다면 아마도 굉장한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불협화음은 극에 치달았고 안철수 사퇴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민주당내에서는 크게 울려 퍼졌다. 아직도 제정신을 못차렸다는 말이다. 안철수는 높은 지지율이 아닌 간발의 차이로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 해도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적은 차이의 승리라면 당이 있는게 더 나을 것이란 판단도 가능하다.

민주당은 중대위기임을 깨달아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위기를 깨달아야 한다. 안철수 지지층은 어느 곳으로도 흡수되지 않고 흩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지금 이대로라면 말이다. 단일화 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치는게 훨씬 나은 선택임을 알지 못하고 후보사퇴를 종용하느 부류들을 보면 답답하다 못해 안타깝다. 안철수는 중도층의 지지를 모아 단일화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는 역할을 지금까지 해왔다. 단일화 후보가 자신이 된다면 개혁에의 열망이 자신의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했고, 문재인으로 그 뜻이 모아진다면 함께 해 나가려 했다. 그러나 이렇게 사퇴하게 되었으니 안철수 지지표는 상당수 흩어질 것이다. 정말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전 TV토론에서 문재인은 단일화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안철수에게 협상에 조금 더 유연하게 나와줄 것을 요구하는 말을 여러번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는 그 반대다. 변하려 하지 않는 민주당은 잃어버린 전통적 지지층조차 회복하기 어렵다. 이번에 정권창출을 해낸다고 해도 국정 운영이 쉬울리가 없다. 당장 새누리당의 의석수도 많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를 모르는 것을 보니 다음도 기약하기 어렵다. 이번은 정말 엄청나게 중요한 절호의 찬스였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 뿐 아니라 새로운 지지층을 유입시킬 수 있는 그런 기회였다. 과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조금은 새누리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나 중도층이 힘을 실어 줄 때마다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지만 근래에는 그 지지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요즘처럼 MB정부에 대한 불만이 극에 이르른 상황에서도 아직 새누리당 지지율이 높은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걸 알아야 희망이 있는데 모르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안철수를 지지했던 중도의 뜻을 민주당이 최대한 수렴하는 것이다. 이일에 미적거린다면 대선 판도는 어려워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조금의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두 사람 중 한사람이 단일화에 승리하여 단일화 후보가 된다면 정권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안철수가 되든 문재인이 되든 누가 단일화 후보가 되든 말이다. 그런데 조금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어 버렸다. 단일화로 이슈는 모았는데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중도층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은 중대 위기임을 깨닫고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심지어 안후보가 제안한 개혁안마저도 뛰어 넘는 그런 강력한 개혁안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그 기준은 중도층이 수긍할 수 있는 상식에 기반한 개혁이어야 한다. 그래야 강력한 개혁이 강력하게 마음에 와닿을 테니까.

 이제 문재인은 상식파를 지지한 무당파층의 대거 이탈을 주의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안철수 지지자들을 흡수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무당파층은 이런 기대를 가지기가 훨씬 어렵다.

"박근혜만 아니면 누구라도 밀어주겠지만 무당파 젊은층은 다르다. 그 표를 못가져와 놓고 안철수가 안 밀어 줬다는 말 하지 말자." - 이상황을 잘 빗댄 어느 네티즌의 댓글

이제 민주당은 시험대에 올랐다. 만일 남은 기간동안 안철수 지지층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더한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만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것이 아닌가.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승리할 수 있음을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안철수와 같은 인물이 제 뜻을 펼칠 수 있는 준비가 안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임을 전하면서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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