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정형돈의 '안웃긴케릭터' 극복스토리 보면서 길이 생각난 이유

무려 8년차가 된 예능프로의 정점에 있는 '무한도전'을 두고 아직도 설왕설래 하는 부분이 있으니 일부 멤버들에 대한 불만과 그에 따른 비난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길'뿐만 아니라 하하는 군대에 다녀오기 전에는 너무 나댄다는 말을 들었고 다녀온 이후에는 기대이하라는 혹독한 평을 들어야 했습니다. 박명수는 한때 호통개그외에는 없는데다가 타이밍을 못 맞춰 불쾌감을 준다며 비난 받기도 했고, 정준하는 개인사업 관련 논란에 휩싸인데다가 지금도 대장노릇하려고 하는것 아니냐며 비난을 듣기도 합니다.

이렇게 '무한도전'은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프로그램 자체로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멤버들에게도 그러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무한도전은 그런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멤버들이 모여서 완성된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게 진정한 무한도전만의 힘이고 그걸 지켜보는 과정에서 생긴 끈끈한 유대감이 '무도빠'라 불리는 열혈 팬층의 근본적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간혹 '무도빠'를 가장한 안티들의 공격이 엿보이는데, 요즘도 각각의 멤버를 두고 '쟤만 빠지면 재밌을텐데'라는 말을 하니다. 초기부터 그러더니 지금도 그러고 있는 중이죠. 최근에 가장 심한건 역시 '길' 입니다. 하지만 수년전에는 정형돈이었습니다.

'안 웃긴 케릭터'

예능인에게 있어서 더이상 갈 곳이 없는 치명적인 이미지입니다. 정형돈은 이걸 두고 힐링캠프에서 고백하길 "어떤 개그를 해도 안 된다는 느낌에 스스로 힘들었다" 라고 말합니다. 그는 "뭔 얘기를 해도 나는 안된다는 느낌. 굉장히 자괴감이 있었던거 같아요. 스스로에 대해서" 라고도 합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해내지 못했을때 드든 자과감이 아닌 함께 하는 멤버들에게조차 피해가 되고 있는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을 때, 견딜수 없는 자괴감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하차를 하고 싶다는 그에게 유재석과 김태호PD는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다독여 주었다고 합니다.

"뱃사람이 파도를 무서워하면 안된다는 말처럼, 방송인이 방송을 무서워해선 안된다"

 

하차선언을 한 길은 정형돈과 '안웃긴 케릭터' 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그러나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조금 다르게 보았습니다. 정형돈은 뭔가 해보려 해도 안되었던 것이고, 길은 도무지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주눅입니다.

요즘은 좀 뜸하기는 하지만 무한도전에서 가장 자주 보여준 오프닝은 멤버들끼리의 근황이나 지난 특집 혹은 그날 하게 될 미션에 대한 이야기로 주고 받는 토크 였는데 이럴때의 무도멤버들은 치고 받는 토크를 통해 타 예능에선 볼 수 없는 극강의 조합임을 상기시켜 주곤 했습니다. 이때 길은 한순간의 타이밍도 잡지 못하고 침묵하곤 했습니다.

오랜 결방이후 무도팬들이 길에게서 희망을 본 것은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치고 받는 토크에 익숙하지 않으면 그것은 그대로 인정하고, 화면에 잡히지 않고 잘 들리지 않을지라도 자기 할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의 방송만 보더라도 길은 완전히 침묵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재치있는 말은 아직 부족하지만 예능에 적응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비판적 시각에서만 보면 아직 멀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무도 자체를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의지'자체가 안보이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토크에선 아직 부족하지만 나름 하려는 태도에 자신이 나설 때가 되면 망가지는데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길에게 비난의 여론은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필자 역시 작년만해도 "희망이 없는것 아닐까. 어떻게 저렇게 오랬동안 말 한마디 안할까." 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도멤버들이 인정하고 김태호가 같이 가길 바라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정형돈이 수년간의 긴 세월을 통해 '안웃긴 주홍글씨'를 극복한 것과 같은 일을 길에게서 보게 될 것이란 기대는 이제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길과 함께한 무한도전의 지난 3년간의 호흡은 조금 엉키게 되었습니다. 길이 없는 무한도전은 왠지 심심할거 같군요. 침묵을 깨고 한걸음 더 나아가려던 차에 벌어진 '하차'는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들게 합니다. 비록 슈퍼7콘서트 논란으로 부터 비롯된 '하차'지만 실은 길에 대한 반감을 갖는 악플러들이 <리쌍컴퍼니>를 수익만 추구하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며 비난을 했기에 '길'뿐 아니라 그걸 지켜보며 견딜 수 없어 한 '개리'역시 하차선언을 하고야 말았던 일이라 더더욱 아쉽습니다. 좀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면 안됐을까요? 무한도전은 늘 기다림에 대한 보답을 해왔는데 그걸 믿고 기다려주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전하며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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