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그 자체로도 재밌지만 그 전 시리즈를 다 본 사람은 더 많은 재미를 얻어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예능이나 드라마 혹은 어떤 컨텐츠도 앞뒤 전후를 알면 더 재밌기 마련입니다. 해피투게더를 시청하는 내내 웃으며 보았지만 이수근이 제안한 뺨펜싱을 최병철 선수와 하는 장면은 그중에서도 단연 빅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순간 이었습니다.

2012년 8월 23일 방송딘 해피투게더는 올림픽스타 특집이었습니다. 사격의 신이라 불리울 정도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진종오 선수와 톡톡튀는 매력이 돋보이는 신세대인 김장미 선수, 1초 오심을 극복하고 단체 은메달을 획득한 펜싱의 신아람 선수, 운동도 잘하고 너무나 예쁘기까지한 김지연 선수, 괴짜 기술을 실제 올림픽에서도 사용한 괴짜 최병철 선수가 출연한 메달리스트 특집은 정말 대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메달리스트로만 채운 게스트가 어떤 재미를 줄까 궁금했었는데 유재석을 비롯한 해피투게더 MC들과 제작진은 많은 준비로 메달리스트들 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그 어떤 특집보다 재미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요즘 해피투게더는 MBC가 정글러브라는 프로를 편성하면서 상대적인 수혜를 입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큰 관심을 얻기 힘든 프로가 경쟁시간대에 편성되면 기회라는 측면에서의 이득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지 필자 스스로도 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뜸해져 버린 해피투게더에 채널을 고정한채 너무나 재밌게 보고 있더군요. 특히 박명수가 내던지듯 버리는 토크도 받아주는 이수근이 이번 특집의 수훈갑이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특별한 임펙트가 있는 순간이 있을 때 오래 기억에 남게 되는데 뺨펜싱이 그런 역할을 할 듯 하더군요.

 

 

아이돌은 잘 모른다는 김장미 선수가 작가들에게 열명정도를 말해줬는데 "진짜 불러주시나요" 라며 긴가민가했던게 진짜로 불러줬다며 기뻐하는 모습이 꾸밈 없고 예뻐보이더군요. 마침 나오게 된 이수근은 김장미 선수와 사격자세로 맞춤 인사 했는데 이를 보고 역시 센스가 있구나 라는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자기일에 바쁜 사람들은 드라마나 아이돌에 관심이 없다는 것도 새삼 알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개그콘서트나 1박2일 까지는 보고 좋아 한다니 과연 예능의 경쟁력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대목이지 않나 싶더군요.

 

고음불가를 함께 하는 최병철 선수와 이수근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건 이수근이 맞춤형 개그를 선보일 정도로 다재다능하다라는 것보다는 운동선수들이 여가시간에 즐거움을 찾는게 예능 프로고 그중에서 이수근이 의외로 인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궁금해 하는 부분도 알 수 있었는데요. 금메달을 깨무는 장면이 취재진의 요청이고 메달리스트들은 대개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해피투게더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자신이 좋아 하는 것을 편하게 말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찾아 내어 보여주는게 해투의 진정한 경쟁력이 아닐까 하는 점이죠. 대개 유재석을 칭찬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유재석과 함께 하는 제작진이야말로 국내 예능의 최첨단을 달리는 분들이라는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최근 놀러와가 부진에 빠진것도 실은 능력 있는 제작진이 빠져서 그런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구요. 이런 지적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드라마로 치면 주연배우 혼자 잘하기보다 스텝들과의 조합이 잘 맞아 떨어졌을 때 더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처럼 예능 역시 한치의 다름이 없는것 같습니다.

 

 

해피투게더는 이수근 같은 사람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몸개그 좀 할 줄 아는 패널 말이죠. 최병철 선수와 이수근이 뺨펜싱을 하는 장면은 뭐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냥 미친듯이 웃으면서 봤을 뿐이죠.

선수들의 빠른 발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자 그걸 다시 받아 실제 사용된 사브르와 에페칼이 등장하면서 차이를 시청자가 알게 되고 다시 신아람 선수가 펜싱특유의 자세를 보여주고 최병철 선수는 왜 괴짜라고 불리우는지 알게 해줄만한 변칙공격기술을 소개하고 숨쉴틈 없이 이어서 이수근은 어릴때 많이 했던 게임이라며 "뺨펜싱"을 제안하니 이렇게 물흐르듯이 재미가 재미를 부르는 형국이야말로 이상적인 흐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은 어쩌면 이런 몸개그도 올림픽스타가 나왔으니 소용 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전빵이라도 되는양 기존에 익숙한 톱스타만을 초대하던 흐름은 과감히 버려도 된다는걸 다시 한번 확인 시켜준 특집이었습니다. 게스트에게서 재미를 끌어내지 못할 제작진이라면 말도 하지 않겠지만 해투는 그럴 능력이 충분합니다. 괜히 스타들 근황이나 물어본답시고 마치 의무라도 되는듯 정기적으로 컴백쇼나 하는것은 식상함을 자초하는 격인 것이죠. 유재석은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강점이 진지함에 있지 않다고 보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심도 있는 토크로 가는 컨셉을 잘 잡지 않습니다. 이렇게 놀러와나 해투에서 매번 하게 되는 컴백 가수나 신작영화 홍보에 가벼운 토크가 겹칠 경우 그게 대세일때는 티가 나지 않지만 예능의 흐름이 바뀌면  겉돌게 되면서 위기가 오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관건은 어느 게스트를 초빙하느냐와 어떻게 맞이 하느냐인데 이번 올림픽스타 특집편은 그 해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요즘 화제의 게스트를 연달아 섭외해 인기 많은 힐링캠프도 거의 토크만 합니다. 그래도 필요한 경우 소품을 따로 준비해서 몸으로 하는 재미도 종종 보여주곤 했는데 그런 준비는 꼭 그래야 하는 의무감처럼 분량을 채우려는게 아니라 게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다양한 카드를 준비해놓고 필요시 맞춤옷을 입혀주고 있는 것입니다. 게스트 맞춤형 준비라는게 별게 아닌것 같지만 대단히 중요한게 아닐까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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