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와 같은 명작은 대개 연출이면 연출 극본이면 극본 연기면 연기 그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모두의 완성도가 높고 훌륭합니다.

여지껏 한국 드라마에서 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말할 때 이렇게 매회 집중해서 본 드라마는 흔치 않조. 시청자가 배우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깊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다는건 정말 흔치 않은 상황인데 추적자는 매회 그것도 여러번 나오니 참으로 귀한 드라마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도 박근형이나 손현주 김상중과 같은 명배우들의 연기로 볼 수 있으니 말이조.

얼마전에는 배우 박근형이 직접 뽑은 악역 '서회장' 어록 이라는 제목으로 15회와 16회를 제외한 가장 인상깊은 대사들이 나온적이 있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1. 몇 년이 지나가믄 소작농이 지주는 안 무서워 하고 마름을 무서워 한다.
2. 내 옆집 딸내미를 안 좋아 했나. 근데 시집 가뿐 기라, 그래가 술 배웠다 아이가. 근데 딸내미는 잊어뿔고 술 먹는 버릇만 남은 기라.
3. 욕 보레이.
4. 자존심은 미친년이 머리에 꽂고 있는 꽃하고 같은 기다. 얼굴을 만지고 때려도 웃는데 꽃을 만지면 살쾡이로 변해 덤비는 기라.
5. 소싸움에서 몇 년을 내리 이긴 황소가 있었다. 우째 죽었는지 아나? 껄껄. 모기한데 물려 죽었다 아이가.
6. 안성댁, 이 나물. 와 이리 간이 안 맞노.

이렇게 핵심적인 부분만 보아도 명대사라는게 바로 느껴지조. 그런데 세월이 가면 이런 대사가 어떻게 나왔는지 잊어 먹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조금더 앞뒤 상황을 더하고 마지막회까지 더한 정리판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공공의적2 에서의 박근형. 이 사진에도 엄청난 포스가 전해져 온다. 우리시대의 명 배우에게 감탄과 함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소작농과 마름

"동윤아. 니 농사 지어봤나? 지주가 그 수많은 소작농을 우짜 관리하겠노? 그래가 마름이라는 걸 뒀다 아이가. 지주를 대신해가 소작도 주고 소작료도 거두고...근데 사람이 참 얄궂제 몇년이 지나가믄 소작농이 지주는 안 무서워하고 마름을 무서워한다 아이가. 그때부터 마름은 지가 지주가 된 걸로 생각하는기라."

무서운 말입니다. 마름은 대통령을 가리키기도 하고 그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강동윤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 대사가 나올때가 서회장과 강동윤의 갈등이 본격화 되던 시점이었는데 서서히 올라가던 시청률도 스퍼트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때 마침 이런 좋은 명대사가 나오면서 탄력을 받게 되었조. 서회장은 사위 강동윤에게 이혼 및 대선불출마를 권유하면서 위의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강동윤을 견제하는 명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강생이 키워가 주인물면 우얄라꼬. 마름이 똑똑하면 지주아들 잡아 묵는 법인데"

 

자존심은 미친년 머리에 얹은 꽃

강동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서회장의 자리입니다. 대통령은 그 자리를 가기 위한 중개지점에 불과하조. 그런데 서회장은 서영욱(전노민)외엔 관심이 없습니다. 전노민은 그리 못난건 아니지만 강동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하조. 특히 너무나 뛰어난 강동윤은 그런 서영욱을 무시하고 자존심이 상한 서영욱은 강동윤을 시기하고 미워합니다. 그렇다고 없는 죄를 만들어서 뒤집어 씌울만큼 모질지는 못한게 서영욱인데 죄가 발견되고 나자 미움에 그만 결정적 단서인 (범죄 영상이 담긴) 핸드폰을 최정우 검사에게 건네고 맙니다.

서회장은 말하조.

"우리 영욱이가 자존심이 많이 상했는갑다"
"아닙니다"
"내 자식인데 얼굴 보면 모르겠네. 영욱아 내 말 잘 들으래이.자존심은 미친년이 머리에 꽂고 있는 꽃하고 같은 거다. 희한하재. 얼굴을 만지고 때리고 밀고 그래도 하하 웃던 아가 머리에 꽃을 만지면 살쾡이로 변하는 거라. 지한테는 머리에 꽃이 지 몸보다 중요한 기라. 사람들이 저 미쳐가 저런갑다 요러지만은. 내가 볼 때는 다 똑같은기라."

"사람들은 머리에 하나씩 꽃을 꽂고 사는기라. 아무 쓸모도 없는데도 지 몸보다 중요하다고 착각하고 사는 게. 영욱아 니한테는 그게 자존심이데이. 니는 가만히 있어도 서동환이 아들이고 한오그룹의 회장이 될 거다. 동윤이 저놈아가 아둥바둥 기어와 대통령이 되고 뭐가 돼도 니 발꿈치에는 못 따라오는기라. 이제 마음 앉히고 (누구한테 핸드폰을 줬는지) 말해도고. 내가 찾아올게..."

너무나 뛰어난 아버지와 강동윤앞에서 초라해지는 서영욱. 그가 세운 자존심이 미궁에 빠질지도 몰랐던 사건을 다시 돌려세워놓게 되었습니다.

자존심을 미친년 머리에 얹은 꽃으로 비유한 서회장의 명언은 비로소 추격자의 시청률이 폭발하게 하는 원동력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배우들의 열연이 묻힐지도 몰랐던 것을 서회장 어록으로 인해 탄력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조. 그리고 어록 내에서도 이부분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이 깊었던 명언이었습니다.

 

짧은 명언들

"동윤아. 내가  우째 이 자리까지 왔는지 알겠나. 내 약속은 남이 믿꼬로 하고, 남의 약속은 내가 안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약속을 한기 아니라 거래를 한기다. 밸브공사 끝나기 전엔 한푼도 못준다"

이런 서회장의 말은 앞서 위에서 두가지로 나윈다는 것중 범용적 인생의 교훈이 아니라 서회작 개인의 주관이 조금 더 강한 말들입니다. 가려 들어야겠조.

"동윤아. 먹이는 던저 줄때 먹어야 되는 기다"
"피 한방울 안흘리고 집에 들어온 짐승을 어째 내쫗겠노. 사장 여섯 놈을 징역 안살렸으면 넌 평생 한오그룹 현관문에도 못 들어 섰다"

이런 부분은 냉혹한 서회장의 일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래놓고는 마지막에 동윤에게 그러조. 강동윤이 아니라 서동윤이었다면 죄 안짓고 한자리 했을거라고 말입니다.

서회장은 서지수가 자신의 잘못을 덮고 여전히 아껴주는 강동윤의 편을 들어 주려 하자

"지수야. 사람이 뭐를 간절히 가지고 싶을 때는 진짜로 그게 좋아서 그러는게 아이다. 내 앞에 없어노니 만지고 싶고 주머니에 넣고 싶고 그래 안하면 죽어뿔고 싶고 그런 기다. 근데 막상 가지고 나면 내가 왜 그렇게 갖고 싶어 했나 그런기다"

사람의 생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서회장입니다. 그 해석이 자신에게 이로운데로 과하게 해석하고 그게 주관이 되어 있는 자가 높은 자리에 앉게 되었을대 위험할 수도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 주관이 없으면 또 리더의 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이조.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바른 주관이 있는 자가 리더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현 야당에 대해 국민들이 아쉬워 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강한 주관은 바르던 아니던 있는게 좋은것이지 흐리멍텅해서는 아니되는 것이조.

 

모기에 물려 죽는 황소

"동윤아, 내가 민성이(손자) 만할때, 명절 때마다 동네에서 소싸움을 했다 아이가.
거기서 내리 몇년을 이긴 황소가 있었다. 글마 그게 어째 죽었는지 아나? 껄껄껄 모기한티 물리 죽었다.
 지보다 두배나 더 큰 놈들을 넙죽넙죽 넘기던 놈이 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기한데 물려죽었다 아이가?"

이런 대사가 대단한것은 단순히 그 상황에서만 통용되는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여러 해석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악역 서회장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인생의 교훈이될 수 있는 부분인 것이조. 물론 서회장 어록이 전부 그런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교훈적이지 않고 서회장의 이기적인 마음이 담겨 있는 부분도 있조. 이런 부분은 가려 들으면 되겠습니다.

황소의 무게 (15화)

강동윤의 치부가 밝혀지고 압도적이던 선거판세가 다시 기울어지자 서회장은 아들 서영욱에게 말합니다.

"영욱아. 니는 황소 한마리가 몇근이나 나가는지 아나. 황소 한마리를 내나놓고 요거 몇근이나 나나고 하고 물어 보믄 어느놈은 백근 나간다 카고 어느넘은 오백근 나간다 카고 다 지입에서 나온데로 얘기 하는기라. 그칸데 영욱아. 백명한데 물어봐 평균을 내믄 ~ 희안하지. 황소무게를 얼추 맞추는 기라. 천명한테 물어봐 평균을 내면 더 비슷하게 맞추는기라. 이나라 백성들이 요레 많이 나왔으니 요번에는 황소무게를 얼추 안 맞추겠나"

"동윤이가 질거란 말씀입니까 아버지"

"에이고 이나라 백성들의 마음을 우에 알겠노. 4.19가 일어났을때 민주주의다 뭐다 그리 난리를 치더이만 한해 뒤에 516이 일어나니까네 민주주의보다 갱제 발전이 중요하다꼬 난니를 쳤다 아이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게 이나라 백성들의 마음이니라."

이런 장면이 가려서 보아야할 대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황소의 무게라는 부분은 모두가 새겨 듣기에 충분한 교훈을 주지만 뒷부분은 419와 516을 겪은 서회장 개인의 생각을 얹은것이조.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516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있기전 황소의 무게 부분을 따로 떼어놓고 봐도 여전히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부사장 보내라, 호민관 이야기

"조동수 점마가 어제 밥값을 지가 내고 갔데이. 내캉 패를 섞지 않겠다는 뜻이겠지. 회사 안에 조동수캉 같은 학교 나온 아들 고향 아들 종친들 이름 다 적어가 온나. 다음주에 조동수가 10대 그룹 회장하고 밥먹자고 할기다. 딴 그룹에 전화 돌리가 사장 부사장 보내라 케라. 그라고 우리는..."

"제가 가겠습니다."(서영욱)

"아니다. 울산에 김사장 보내라."

"아버지 그래도 대통령 당선자하고 첫 식산데"

"대통령이 뭐라고. 로마로 치자면 평민들이 뽑는 호민관 아이가. 이나라는 그 위에 원로원이 있고 집정관이 있고 황제가 있데이. 한오 경제 연구소에 전화 해가  내년 경제 성장률을 몇프로 떨어뜨리가 신문에 돌리라 캐라. 충청도에 있는 전자 공장도 중국으로 옮길거라고 신문에 좀 쓰고. 나랏일 우에 돌아 가는지 조동수 점마한테 알키줘야 안되겄나"

왕비와 왕의 이야기

서회장 어록은 아니지만 강동윤의 낙선이 확정된 상황에서 투표 결과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나자 혜라는 강동윤의 옆자리에 앉으며 하는 말입니다.

"어느나라에 혁명이 일어난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결국 왕을 죽이고 혁명의 지도자는 왕비의 손을 잡고 나타나서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었답니다. 그 소설은 이렇게 끝납니다.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만 바뀐것은 왕비의 남편뿐이었다고."

"왕비는 권력인가" (강동윤)

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동수 후보는 우리와 다른 사람일까요" 라고 말합니다. 앞서 서회장이 말한 황소의 몸무게와 다를바 없는 말이조. 국민들이 마음이 어찌 흘러갈지 예측할수도 없지만 그 뜻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알 수 없으며 그렇게 당선된 조동수가 어떤 정치를 펼칠지 역시 아무도 모릅니다. 이부분은 다음에 이어지는 최정우 검사의 대사와도 연관이 있조.

"선거는 좋은 놈을 뽑는게 아니다. 나쁜놈을 떨어뜨리는거지. 국민들은 강동윤을 낙선시킨거고 조동수도 문제가 있으면 그땐 그사람도 잡으면 된다"

좋은 놈을 뽑아야 예측가능한 범주가 좁아지겠조. 나쁜놈인지 모르고 뽑으면 권력을 잡고 얼마나 나쁜짓을 몰래 해댈지 알수 없는 일일 테니까요. 어찌 보면 참으로 신랄한 비판이라는 생각도 드는 대사입니다.

강동윤은 결국 낙선하고 혜라에게 말합니다.

"난 침몰한다. 내 배에 다 실어라"

그러나 강동윤이 지키고자 했던 혜라 역시 16회(마지막회)가서 서지수를 파멸하는데 한몫하게 되니 참으로 강동윤을 둘러싼 모든이들이 다 불행하게 되고 맙니다.

사내는 돈이 전부

"사내아는 돈을 버는게 단기라. 지자식 굶기면서 옳은 소리만 하는것들 아이고 시상천지에 그리 큰죄는 없는기라. 영욱아 내는 이래 살았다. 동생 너이하고도 갈라서고. 어떤 놈은 나를 보고 괴물이라 카고 어떤놈은 악마라 카고 이나라에 손가락 가진놈치고 내한테 손가락질 안한놈이 어데있노. 그쟈? 그라고 앉은 자리데이 영욱아. 그라니 영욱아 이자리 딴놈한테 몬준다 내가. 내는 내 살고 싶은대로 몬 살았는데 니도 니 살고 싶은데로 몬살게 해서....영욱아. 아부지가 미안하데 영욱아. "

서회장이 이말을 한것은 서영욱을 외국으로 보내면서 입니다. 그런데 지킬수 있으리라 생각한 딸 서지수도 죄가 밝혀지고 막내인 서기자도 외국으로 간다 하니 서회장의 외로움은 극에 달하게 되조. 그런데 전화가 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천연덕 스럽게 일을 지시합니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끊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되조. 껍데기만 남고 알맹이는 모두 잃은 서회장의 뒷모습이 한편으로는 처연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과응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작가는 직접적인 죄는 그리 도드라지는게 없지만 나름대로 서회장에게 죄를 이런식으로 물은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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