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킬링, 범죄 피해자 가족은 왜 가해자보다 더 많은 고통을 받는가

2011년 말 주목할만한 신작 미드 '더 킬링'이 등장했다. 색다른 형식의 범죄 수사 드라마이다. 이 미드는 기존 수사물처럼 회당 사건 하나가 해결되는 식의 전개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24'처럼 스파이가 등장하고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식도 아니다. 그저 한 소녀의 의문의 실종을 시즌1 내내 보여주고 그 사건에 얽혀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과관계를 복잡하지만 몰입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뜬금 없이 왜 '킬링'이라는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최근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흉악 범죄 소식이 너무나 많이 들려 오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사건 예방도 중요하지만 사후대책도 중요한데 사전 사후 양쪽 모두 부실해서 피해자가 오히려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접할 때면 울화통이 터지고 만다.

가장 최근의 일로는 2010년 '도가니' 속의 '인화학교'와 거의 흡사한 장애우를 대상으로한 흉악범죄 사건 보도가 있고, 16명의 가해자가 여중생을 대상으로 저지른 흉악범죄의 사후 소식도 들려온다.

"더 킬링"

2012년에는 시즌2로 돌아왔다. 필자가 이 드라마를 굳이 현재 일어나고 있고 또한 사후 처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을 언급하면서 굳이 다루는 이유는 '킬링'속에 내포된 온갖 사회적 현상들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킬링. 피해자 로지의 엄마 미치라슨.


2011년 최고의 화제작은 "얼음과 불의 노래" (Game of thrones)" 가 단연 손꼽히는데 '더 킬링'도 그에 못지 않은 화제를 뿌린 드라마다.

줄거리
로지라슨이라는 소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로지는 예쁜 얼굴로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지만 남모르는 비밀을 갖고 있었다는게 수사과정에서 연이어 밝혀진다. 이 드라마는 수사 과정 자체가 핵심축이라 할 수 있지만 세가지 다른 시선을 제공하고 있다.

첫째는 시장선거에 나선 정치권 인사 둘의 대응. 결국 잘생긴 후보 '대런'이 라슨케이스의 용의자가 되기도 한다.
둘째는 수사관 사라린든의 개인사.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셋째는 바로 라슨가족의 붕괴.

라슨가족은 로지가 죽임을 당한 이후로 붕괴직전까지 가게 된다. 예를 들어 수사관 린든의 아들은 일에 치여 자신을 돌보지 않는 어머니에게 반항심을 갖고 수사중 획득한 '참혹한 사진'을 엄마 몰래 인터넷에 공개하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너무나 끔찍하여 차마 가족에게까지 공개할 수 없었던 그 사진은 TV를 통해 전국민에게 공개되고 라슨가족은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로지의 어린 두 동생은 학교에서 놀림 받고, 로지의 아버지는 일감을 얻지 못한다. 라슨부인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하며 라슨 본인은 단순 용의자(혐의가 확실하지 않았고 나중에 오해가 풀린) 를 폭행하고 감옥에 들어간다.

16명에 집단성폭행 당한 여중생父, 현재 딸은…
 - '피해가족이 죄인처럼...왜 이 땅 떠나야 하나. 딸을 보는 아빠의 절규'

위 기사를 보면 지난해 은평구에서 일어난 16명의 또래 중학생에게 집단 폭행및 성폭행 당한 여중생의 가족이 당하고 있는 처참한 현실을 다루고 있다. 피해자와 부인을 캐나다로 보내고 남아 있는 아버지의 절규는 필자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그런데 강력한 처벌은 고사하고 가해학생 대다수는 '소년보호처분'을 받는데 그치고 단 두명에게만 감호처분 2년, 6개월 선고가 있었을 뿐이다.

"얼굴을 가리지 마라"

나는 가해자의 얼굴을 가려주는 '인권보호'는 단순범죄 일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흉악범죄는 범죄 그 사실자체로 피해자의 인생을 망가뜨리지만 가족모두의 인생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 범죄행위에 인권은 끼어들 틈이 없다.

"찰천동 살인사건' 현장검증...10대 범인들 태연히 범행재연

이 밖에도 여러 흉악범죄 들이 있다. 인간의 인성으로는 저지를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과 올해 충격적인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는 통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다.

오늘날의 청소년범죄는 단순 절도 등에 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강력한 범죄에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작은 실수는 반성할 기회를 주는게 당연하지만 흉악한 범죄는 엄하게 처벌해야 쉬이 나쁜 마음을 먹지 못할 것이다. 법적으로 흉악범죄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필자 개인적인 판단기준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에 기반하고 있다.

즉, 피해자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사고의 후유증이 피해자의 인생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평생 안고 가게 되고 가족이 함께 너무나 큰 상처를 입은채 살아가게 되는 그런 범죄를 나는 흉악범죄의 기준으로 삼는다.

미드 "더 킬링"은 가족이 무너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충격을 받은 로지의 엄마는 두 아이를 신경쓰지 못하고 누나를 잃은 두 아이는 학교에서 위로 받기는 커녕 놀림을 받으며 씻을 수 없는 상처릉 입는다. 라슨은 겨우 겨우 빚을 감당하며 살고 있었는데 단순용의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어 폭행하는 바람에 감옥에 가고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아 가정경제는 붕괴직전에 이르게 된다. 라슨의 직장동료이자 친한 동생인 벨코는(약간 정신적 문제가 있다) 또다른 용의자로 지목된 대런(시장후보)을 총격하고 이후 수사과정에서 죽게 된다.

라슨 가족의 범인 추적이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자 반복적인 수사와 보도로 시내에서 라슨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게되다시피 하니 얼마나 살기 힘들겠는가. 드라마는 계속 진행이 되고 있으니 그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가는 과정을 아직 그리고 있진 않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강력범죄의 경우 사건이 벌어진 지역에서 피해자들은 더이상 살아 갈 수가 없다. 결국 떠나게 된다. 피해자임에도 이웃과 사회가 바라보는 동정의 시선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을 떠로르게 한다. 보통의 범죄라면 견디고 견뎌 먼저 떠난 아이를 기리며 살다 언젠가는 극복하는걸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강력범죄의 경우 억울하게 죽은 아이를 어찌 쉬이 잊을 것이며 가해자가 적절한 댓가를 치루지 않는다면 어찌 사건을 잊고 미래를 설계하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나는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1급살인 및 강력성범죄의 경우 "얼굴을 가려주는 조치"를 하지 말것을 강력촉구하며 더불어 언론들의 피해자 가족에 대한 보도시 신중한 단어및 문장 선택 등으로 기본적인 배려를 잊지 말 것 또한 강력 촉구하고 싶다. 더불어 가해자들에게 대한 강한 처벌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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